이탈리아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낯선 이유
이탈리아에서는 커피를 즐기는 방식이 오랜 시간에 걸쳐 정착되어 왔다. 에스프레소가 가장 대표적인 예이며, 쓴맛과 진한 바디감이 특징이다. 이런 커피 문화 속에서 물의 양을 크게 늘려 차가운 얼음까지 넣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이탈리아인의 시각에는 진한 커피 본연의 맛을 훼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에스프레소의 절도 있고 짧은 음용 방식을 선호하는 이탈리아인들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물 타서 묽어진' 커피에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한 커피를 마시면서 즐기는 사회적·문화적 전통 역시 진한 향과 맛을 원하고 짧게 마시는 습관이 정착되어 있어, 길게 마시도록 설계된 아이스 커피 스타일은 낯설게 느껴진다.
우리나라 음식으로 비유하면 어떤 걸까
우리나라가 김치찌개를 먹을 때, 국물을 뜨겁게 유지하며 칼칼하고 매운맛을 즐기는 것과 비슷하다. 만약 김치찌개에 얼음을 넣어 시원하게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차가운 국물? 국물을 더 많이 부어 묽게 만드는 것?" 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김치찌개 본연의 감칠맛과 온기를 훼손하는 '파격적인 발상'으로 받아들여져,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큰 거부감을 줄 수 있다. 이처럼 음식이나 음료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문화와 맛을 바꾸는 시도 자체가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볼 수 있다.
이탈리아 커피의 발자취
이탈리아에 커피가 처음 전해진 것은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로 추정된다. 당시 무역이 활발하던 베니스를 중심으로 커피가 들어왔고, 유럽 여러 지역 중에서도 커피 문화가 가장 빨리 꽃피운 곳 중 하나가 이탈리아이다. 이후 기술 발달과 함께 1900년대 초반, 에스프레소 머신이 개발되면서 이탈리아만의 독특한 커피 문화가 형성되었다. 빠르고 강렬하게 한 잔을 '샷'으로 즐기는 에스프레소가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20세기 중반 이후 카페가 이탈리아 도시 생활의 중심지 역할을 하면서, 커피가 이탈리아인의 일상과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었다. 이 시기에 바리스타 직업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에스프레소 기반 음료들이 탄생했다.
이탈리아에서 사랑받는 커피 종류
가장 기본이 되는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에서 커피의 정점으로 여겨진다. 작지만 농축된 양, 짙은 크레마(커피 위 거품)와 풍부한 아로마를 특징으로 한다. 아침 식사로는 카푸치노를 자주 마신다. 에스프레소 샷에 스팀 밀크와 우유 거품을 올린 형태인데, 진한 커피를 부드러운 우유 거품으로 감싸 ‘아침 식사’에 적합한 맛을 만든다. 카페 라떼 역시 인기 있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카푸치노’와 유사한 음료로 여기고 비교적 아침에만 마시는 문화가 있다. 에스프레소에 소량의 우유 거품을 살짝 얹은 마키아토도 즐겨 찾는 메뉴이다. 또한 밤 시간에는 에스프레소에 그라파(이탈리아 증류주)를 약간 섞은 카페 코레토(caffè corretto) 같은 음료도 독특한 매력으로 사랑받는다. 최근에는 외국인의 취향을 겨냥한 다양한 변형 음료가 등장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는 여전히 변치 않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맺음말
결국 이탈리아인들이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거부감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들이 오랫동안 지켜온 커피 문화와 맛의 정체성을 훼손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에스프레소가 주는 짧고 강렬한 맛을 선호하며, 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다양한 음료 조합을 통해 독자적인 커피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한식의 맥락에서 확립된 음식에 다른 요소를 삽입하면 거부감을 느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한다면, 이탈리아 여행 시에는 잠시라도 ‘이탈리아식 커피’에 익숙해지는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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