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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나눔

전통 예식 봉투에 쓰는 한자, 왜 결혼·화혼·부의라고 할까?

by 찰리730 2025.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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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이나 장례식에 참석할 때, 축하 혹은 조의를 표하기 위해 봉투를 준비하는 일이 많다. 한국에서는 봉투 표면에 한자로 ‘결혼(結婚)’, ‘화혼(華婚)’, 혹은 ‘부의(賻儀)’ 등을 적는 경우가 있다. 단순히 ‘축 결혼’, ‘부의’라고만 알고 쓰는 경우도 많지만, 왜 이런 한자어가 사용되는지 알면 좀 더 뜻깊은 마음으로 예식에 참석할 수 있다.

결혼(結婚)

먼저 ‘결혼(結婚)’이다. ‘結婚’은 ‘맺을 결(結)’ 자와 ‘혼인할 혼(婚)’ 자가 합쳐진 말이다. ‘맺을 결’ 자는 실을 잇거나 매듭짓는다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여기서 파생되어 “인연을 맺는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혼인할 혼’ 자는 결혼 그 자체를 뜻한다. 따라서 ‘結婚’이라는 말은 “두 사람이 인연을 맺어 혼인한다”는 뜻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결혼식에 쓰는 봉투에 ‘결혼(結婚)’이라고 한자를 넣는 전통은 한자문화권에서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왔으며, 기원적 의미를 살려 경건하고 격조 있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화혼(華婚)

‘화혼(華婚)’은 결혼 봉투에 적히는 말 중 비교적 덜 알려진 표현이다. 한자를 살펴보면 ‘빛날 화(華)’ 자와 ‘혼인할 혼(婚)’ 자가 합쳐진 형태로, “성대하고 화려한 결혼”을 상징한다. 전통 예식이나 예복이 화려했던 옛 시절에는 이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고 전해진다. 현대에는 ‘결혼(結婚)’이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지만, ‘화혼(華婚)’이라는 말을 사용하면 새롭게 돋보이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다만 실제로는 ‘결혼’이나 ‘성혼(成婚)’ 등의 단어가 더 자주 쓰이므로, 반드시 전통이라 해서 꼭 ‘화혼(華婚)’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의미가 “화려함 속에 이루어지는 혼인”이라는 점에서 기억해 둘 만하다.

부의(賻儀)

장례식에는 ‘부의(賻儀)’라는 한자를 사용한다. ‘부(賻)’는 “초상을 당한 사람을 재정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돕는다”는 뜻을 지니고, ‘의(儀)’는 예(禮)나 의식(儀式)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넓게는 ‘갖추어 드리는 물품이나 정성’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결국 ‘賻儀’라는 말은 초상집에 “도움과 예를 표하는 금전 혹은 물건”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에는 ‘부의금’이라는 말로도 쓰이는데, 그 기원이 바로 이 ‘賻儀’이다. 영정 앞에 놓인 부의함이나 봉투 겉면에 적힌 ‘부의’라는 글씨를 보면, 자연스레 고인의 명복을 비는 마음과 함께 유족을 위로하고 돕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결혼과 장례식은 누구나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중요한 의식이다. 이러한 전통 의식에 사용되는 한자에 담긴 의미를 알면, 그저 형식적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해 예를 갖출 수 있다. ‘결혼(結婚)’이 “두 사람의 인연을 매듭짓는” 모습이라면, ‘화혼(華婚)’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인연의 결합”을 강조한다. 그리고 ‘부의(賻儀)’는 “상가의 고통을 덜고 예를 표한다”는 의미다. 예법이나 관습은 시대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하지만, 이러한 단어에 깃든 뜻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실제로 요즘에는 전통 한자 대신 한글만 적는 경우도 흔하지만, 마음을 담은 예의와 존중이라는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때로는 봉투 겉면에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할 수도 있다. 결혼식은 축하의 자리이므로, ‘축 결혼’ 혹은 ‘결혼 축하’라고 적고, 추가로 마음을 담아 축복의 문구를 더할 수 있다. 장례식에 갈 때는 지나치게 화려한 문구보다는 정중한 마음을 담아 ‘부의’라고만 간결하게 쓰는 경우가 많다. 한자를 모르는 경우라면 한글로만 “축 결혼” 또는 “부의”라고 적어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격식보다는 진정성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통적인 혼례와 장례 문화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한자어에는 깊은 뜻이 숨어 있다. 마음을 전하는 간단한 문구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상징과 유래를 알고 사용하면 더욱 뜻깊다. 결혼식장에 온전히 축복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면 ‘結婚’ 혹은 ‘華婚’을, 조의를 전하고 싶다면 ‘賻儀(부의)’라는 글자를 사용해 보자. 아름답고도 무거운 전통의 가치를 조심스럽게 이어가며, 앞으로도 예식 문화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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