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꿈과 비극의 그림자, MBC 드라마 이산 이야기

드라마 이산

MBC 드라마 <이산>은 2007년 9월 17일부터 2008년 6월 16일까지 방영된 사극으로, 조선 제22대 왕 정조(이서진 분)의 일대기를 다룬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비극적 죽음과 정치적 혼란 속에서 왕위에 오르게 된 정조가 개혁을 꿈꾸고, 그 과정에서 겪는 사랑과 우정, 권력 다툼을 사실감 있게 그려냈다.

줄거리는 주인공인 사도세자의 아들 이산(정조)과, 어린 시절부터 곁을 지킨 궁녀 성송연(한지민 분)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시작된다. 정조는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궁중 암투와 노론, 소론의 당쟁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며 새로운 조선을 열고자 한다. 성송연은 궁중 그림을 그리는 도화서 화원으로 재능을 인정받지만, 신분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이밖에도 영조(이순재 분)와 혜경궁 홍씨(견미리 분), 그리고 극 중에서 긴장감을 조성하는 대비와 신하 등 다양한 인물들이 정치적 갈등과 인간관계의 서사를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역사적 배경은 18세기 후반, 영조 말기부터 정조 대(재위 1776~1800)에 이르는 시기를 다룬다. 사도세자의 죽음은 역사적으로도 정치적 파장이 컸으며, 정조가 즉위한 이후 탕평책을 통해 당쟁을 완화하고 문물제도를 정비한 것은 사실이다. 수원 화성을 축조하고 규장각을 설치해 학문을 장려하는 등 개혁군주로서의 면모를 보인 점도 역사적 사실과 부합한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정조와 성송연의 로맨스 요소를 극적으로 부각하고, 역사적 기록이 부족한 세부 사건들(궁중 암투나 사도세자 죽음의 구체적 과정 등)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했다. 인물들의 감정선과 관계를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일부 설정을 각색했으며, 특정 사건의 시기와 규모 역시 현실보다 다소 드라마틱하게 그려진 부분이 있다.

주연 배우로는 정조 역에 이서진, 성송연 역에 한지민, 화완옹주 역에 성송연과 홍국영 역에 한상진, 혜경궁 홍씨 역에 견미리, 영조 역에 이순재 등이 출연했다. 이들의 호흡과 풍성한 연출이 조화를 이루면서 <이산>은 큰 인기를 얻었다.

당시 시청률은 20%에서 30%대 후반까지 올라가기도 했으며, 사극팬들뿐만 아니라 대중 전반에 걸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탄탄한 극본,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로 인해 2000년대 후반을 대표하는 명품 사극 중 하나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