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대장내시경에서 '게실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괜찮은 건가요?" "아랫배 오른쪽이 아파서 맹장염인 줄 알고 병원에 갔더니 게실염이라네요." 이런 이야기를 주변에서 한 번쯤 들어 보셨을 겁니다. 대장게실은 나이가 들수록 흔해지는 대장의 변화로, 대부분은 아무 증상 없이 지나가지만 염증이 생기면 심한 복통과 고열, 심하면 장 천공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어르신은 통증이나 열이 젊은 사람만큼 뚜렷하지 않아 "체했나 보다", "변비 때문이겠지" 하고 넘기다 병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대장게실과 게실염이 무엇인지,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에 가야 하는지, 그리고 재발을 막는 생활 습관까지 차근차근 정리해 드립니다.

대장게실이란? — 장벽에 생긴 작은 '꽈리 주머니'
게실(憩室)은 '쉴 게(憩)'에 '방 실(室)'을 쓰는 말로, 장의 벽 가운데 약한 부분이 바깥쪽으로 꽈리처럼 볼록 튀어나온 작은 주머니를 말합니다. 크기는 보통 수 mm에서 1~2cm 정도이고, 한 개만 있기도 하지만 여러 개가 줄지어 생기기도 합니다.
| 구분 | 뜻 | 특징 |
|---|---|---|
| 게실증 | 대장에 게실이 있는 상태 | 대부분 증상 없음, 내시경·CT에서 우연히 발견 |
| 게실염 | 게실에 염증이 생긴 상태 | 복통·발열, 심하면 고름집(농양)·천공 |
| 게실출혈 | 게실 안쪽 혈관이 터져 피가 나는 상태 | 통증 없이 갑자기 많은 양의 혈변 |
게실 자체는 병이라기보다 나이가 들며 생기는 장의 변화에 가깝습니다. 서구에서는 고령층의 절반가량에게 게실이 있다고 보고될 정도로 흔하고, 우리나라도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게실이 있는 사람 대부분은 평생 별문제 없이 지내지만, 일부에서는 게실 입구가 변이나 음식 찌꺼기로 막히며 세균이 번식해 게실염으로 이어집니다.
왜 나이가 들면 잘 생길까?
- 장벽이 약해짐 — 나이가 들면 장벽을 지탱하는 결합조직의 탄력이 떨어져, 혈관이 지나가는 약한 틈으로 점막이 밀려 나오기 쉽습니다.
- 장 속 압력 증가 — 섬유질이 부족한 식사로 변이 딱딱하고 양이 적으면, 장이 변을 밀어내려고 세게 수축하면서 장 안 압력이 높아집니다.
- 변비와 힘주기 — 오래된 변비로 화장실에서 자주 힘을 주는 습관도 장벽에 부담을 줍니다.
- 그 밖의 위험 요인 — 비만, 운동 부족, 흡연, 붉은 고기 위주의 식사, 소염진통제(NSAIDs)·스테로이드의 잦은 복용이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장게실염 증상 5가지
1. 아랫배 한쪽이 며칠씩 계속 아프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아랫배 한쪽의 지속적인 통증입니다. 배 전체가 살살 아픈 장염과 달리 특정 부위가 콕 집어서 아프고, 몇 시간 만에 사라지지 않고 하루 이틀 넘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대장 오른쪽(상행결장)에 게실이 많아 오른쪽 아랫배 통증이 흔한데, 이 때문에 맹장염(충수염)으로 오인되기 쉽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왼쪽 아래(S결장) 게실이 늘어나 왼쪽 아랫배 통증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아집니다.
2. 열이 나고 으슬으슬 춥다
염증이 생기면 미열에서 고열까지 열이 오르고 오한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르신은 염증이 있어도 열이 거의 나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 열이 없다고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3. 메스껍고 입맛이 없다
속이 메스껍거나 토하고, 평소보다 식사량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4. 변비나 설사, 배가 빵빵하게 부푼다
염증이 장 운동에 영향을 주면서 갑자기 변비가 생기거나 설사를 하고, 가스가 차서 배가 더부룩해질 수 있습니다. 소변을 볼 때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5. 아픈 곳을 누르면 더 아프다
아픈 부위를 손으로 눌렀을 때 통증이 확 심해지는 '압통'이 있다면 장 안쪽의 염증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 통증 없는 '피'도 주의 — 게실출혈
배가 아프지 않은데 갑자기 선홍색이나 검붉은 피가 많이 섞인 변을 본다면 게실출혈일 수 있습니다. 고령이거나 아스피린·혈액 묽게 하는 약·소염진통제를 드시는 분에게 더 잘 생기며, 출혈량이 많으면 어지럼증이나 빈혈로 쓰러질 수 있으니 바로 응급실을 찾아야 합니다.
어르신은 왜 늦게 발견될까?
- 증상이 약하게 나타남 — 나이가 들면 통증과 발열 반응이 둔해져, 염증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 진통제가 증상을 가림 — 관절염 등으로 진통제를 매일 드시는 분은 복통이 가려질 수 있습니다.
- 다른 모습으로 나타남 — 기운이 없고 멍해지거나, 갑자기 헛소리를 하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이 첫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르신이 "배가 좀 불편하다"는 말과 함께 식사량이 줄고 기운이 없어 보인다면, 가족이 먼저 진료를 권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럴 땐 바로 응급실로
| 위험 신호 | 의심할 수 있는 상황 |
|---|---|
| 배 전체가 딱딱하고 손도 못 댈 만큼 아픔 | 장 천공, 복막염 |
| 39도 안팎의 고열과 심한 오한 | 고름집(농양), 전신 감염 |
| 계속 토해서 물도 못 마심 | 장 폐색, 심한 염증 |
| 많은 양의 혈변, 어지럼증·식은땀 | 게실출혈로 인한 빈혈·쇼크 위험 |
진단과 치료는 어떻게?
진단 — 복부 CT가 기본
게실염이 의심되면 혈액검사로 염증 수치를 확인하고, 복부 CT로 염증 위치와 고름집·천공 여부를 살펴봅니다. 염증이 심한 시기에는 대장내시경을 하면 장이 터질 위험이 있어 피하고, 회복된 뒤 몇 주 지나 대장암 등 다른 병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내시경을 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 — 대부분은 수술 없이 좋아진다
- 가벼운 게실염 — 장을 쉬게 하기 위해 며칠간 미음·죽 같은 부드러운 음식을 먹고, 필요하면 항생제를 복용합니다. 상태가 괜찮으면 통원 치료도 가능합니다.
- 입원이 필요한 경우 — 고령이거나, 다른 지병이 있거나, 먹지 못할 정도로 아프거나 열이 높으면 입원해 수액과 정맥 항생제로 치료합니다.
- 합병증이 생긴 경우 — 고름집은 피부를 통해 관을 넣어 빼내고, 장이 터지면 응급수술이 필요합니다.
- 자꾸 재발하는 경우 — 같은 부위에 염증이 반복되면 해당 대장 부위를 잘라내는 수술을 고려하기도 합니다.
재발 막는 생활 습관 6가지
1. 식이섬유는 '천천히, 꾸준히' 늘리기
식이섬유는 변을 부드럽고 크게 만들어 장 속 압력을 낮춰 줍니다. 잡곡밥, 나물, 채소, 과일, 콩, 해조류를 매끼 곁들여 보세요. 다만 염증이 있는 급성기에는 오히려 부드러운 음식으로 장을 쉬게 하고, 회복된 뒤 조금씩 양을 늘리는 것이 순서입니다. 갑자기 많이 먹으면 배에 가스가 차고 더부룩할 수 있습니다.
2. 물은 섬유질의 짝꿍
섬유질만 늘리고 물을 적게 마시면 변이 오히려 딱딱해질 수 있습니다. 하루 중 여러 번 나눠 물을 드세요. 단, 심부전이나 콩팥병으로 수분 제한을 받고 있다면 주치의 지시를 따르셔야 합니다.

3. "견과류·씨앗은 먹으면 안 된다"는 옛말
예전에는 깨, 딸기 씨, 견과류 같은 작은 알갱이가 게실에 끼어 염증을 일으킨다며 피하라는 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2008년 미국 의학협회지(JAMA)에 실린 대규모 연구에서 남성 4만7천여 명을 18년간 추적한 결과, 견과류·옥수수·팝콘을 먹는다고 게실염 위험이 높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많이 먹는 사람에게서 위험이 낮게 나타났습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진료 지침에서 이런 음식을 일부러 피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개인마다 불편한 음식이 있다면 의사와 상의하세요.
4. 붉은 고기·가공육은 줄이기
삼겹살, 소고기, 햄·소시지 위주의 식사는 게실염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단백질은 생선, 두부, 달걀, 닭고기로 골고루 나눠 드세요.
5. 하루 30분 걷기
규칙적인 신체 활동은 장 운동을 돕고 변비를 줄여 줍니다. 무리한 운동보다 매일 꾸준히 걷기가 좋습니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6. 진통제는 습관처럼 먹지 않기
소염진통제를 오래 복용하면 게실염의 천공이나 게실출혈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관절 통증 때문에 진통제를 자주 드신다면 임의로 늘리지 말고 의사·약사와 복용 방법을 상의하세요. 담배를 피운다면 금연도 큰 도움이 됩니다.

한눈에 정리
대장게실은 장벽의 약한 부분이 꽈리처럼 튀어나온 주머니로, 나이가 들수록 흔해집니다. 대부분은 증상이 없지만 염증이 생기면 아랫배 한쪽의 지속적인 통증, 발열, 메스꺼움, 배변 변화, 누르면 심해지는 통증이 나타나고, 통증 없이 많은 혈변을 보는 게실출혈도 생길 수 있습니다. 어르신은 증상이 약하게 나타나 늦게 발견되기 쉬우니 배가 불편하면서 식사량이 줄었다면 진료를 받아 보세요. 예방과 재발 방지의 핵심은 섬유질과 물, 꾸준한 걷기, 붉은 고기 줄이기, 진통제 남용 피하기입니다.
※ 미국 의학협회지(JAMA, 2008) 견과류·팝콘 섭취와 게실 질환 연구 및 국내외 소화기 학회의 일반 건강정보를 참고해 정리했습니다. 이 글은 건강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의학적 진단·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