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를 털고 고구마를 캐고, 산소에 들러 풀을 베는 계절입니다. 가을 들일을 마치고 며칠, 길게는 2~3주쯤 지나 갑자기 40도 가까운 고열과 심한 두통, 허리 통증이 찾아왔다면 "몸살이 났나 보다" 하고 넘기시면 안 됩니다. 들쥐가 옮기는 가을철 감염병, 신증후군출혈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증후군출혈열은 흔히 '유행성 출혈열', '한국형 출혈열'로 불리는 병으로, 국내에서는 주로 10~12월 늦가을에 환자가 몰립니다. 게다가 올해는 2026년 10월 1일부터 예방접종 기준이 3회에서 4회로 바뀌었습니다. 오늘은 어르신들이 꼭 아셔야 할 신증후군출혈열의 원인과 초기 증상, 단계별 경과, 바뀐 예방접종 일정과 생활 속 예방수칙까지 차근차근 정리해 드립니다.

신증후군출혈열이란? 들쥐 배설물 먼지로 옮는 병
신증후군출혈열은 한타바이러스 계열의 한탄바이러스·서울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급성 열성 질환입니다. 이름 그대로 고열, 출혈 경향, 콩팥(신장) 기능 이상이 특징입니다.
이 병은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주한미군 3,000여 명이 원인 모를 출혈성 열병을 앓으면서 세계에 알려졌고, 1976년 이호왕 박사 연구팀이 등줄쥐의 폐에서 원인 바이러스를 처음 분리해 발견 장소인 한탄강의 이름을 따 '한탄바이러스'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어떻게 감염되나요?
- 바이러스에 감염된 등줄쥐(들쥐)·집쥐의 소변, 대변, 침이 땅이나 풀에 묻습니다.
- 이것이 마르면서 먼지와 함께 공기 중에 떠다니고, 사람이 숨을 쉴 때 들이마시면 감염됩니다.
- 상처 난 피부나 눈·코·입에 직접 닿아 감염되기도 합니다.
-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옮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환자를 격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환자는 해마다 수백 명 수준으로, 2024년에는 373명이 신고됐습니다. 지역별로는 전남, 충남, 전북, 경남, 경기 순으로 많았습니다. 농촌 지역에서 야외 활동이 많은 분, 농업인, 군인에게서 자주 발생하는데, 가을걷이와 벌초·성묘, 단풍 등산이 겹치는 지금이 바로 위험 시기입니다.

초기 증상 — 감기·몸살과 헷갈리기 쉬운 신호들
바이러스에 노출된 뒤 보통 2~3주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납니다. 들일한 날과 아픈 날 사이가 멀어 연관 짓기 어려운 것이 이 병의 함정입니다. 다음 증상을 기억해 두세요.
- 갑자기 오르는 고열 — 수 시간~하루 사이에 39도 이상으로 오르고 3~7일 이어집니다.
- 심한 두통과 오한 — 독감처럼 온몸이 쑤시고 춥습니다.
- 허리 통증과 복통 — 혈관에서 체액이 새어 나와 배 뒤쪽이 부으면서 요통·복통이 생깁니다. 감기와 구별되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 얼굴·눈의 충혈 — 얼굴이 붉어지고 눈이 충혈되며, 눈 통증이나 눈부심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 작은 출혈 반점 — 열이 내릴 무렵 입천장이나 겨드랑이에 좁쌀 같은 붉은 점(점상출혈)이 보일 수 있습니다.
- 구토·메스꺼움과 소변량 변화 — 소변이 눈에 띄게 줄었다가, 나중에는 반대로 하루 3~6L까지 크게 늘기도 합니다.
최근 2~3주 사이에 밭일, 성묘, 등산, 캠핑처럼 풀밭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데 위 증상이 나타났다면, 진료받을 때 "최근 들에 나갔다"는 사실을 꼭 의사에게 말씀해 주세요. 진단의 출발점이 됩니다.
병의 5단계 경과 — 열이 내렸다고 안심하면 안 되는 이유
전형적인 신증후군출혈열은 다섯 단계를 거칩니다. 최근에는 일부 단계를 건너뛰고 가볍게 지나가는 경우도 많지만, 흐름을 알아두면 위험한 시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단계 | 시기 | 주요 특징 |
|---|---|---|
| ① 발열기 | 3~7일 | 고열, 두통, 요통, 얼굴 충혈, 점상출혈 |
| ② 저혈압기 | 발병 5일 전후, 수 시간~2일 | 열은 내리지만 혈압이 떨어지고 맥박이 빨라짐. 심하면 쇼크 |
| ③ 핍뇨기 | 발병 7일 전후, 3~7일 | 소변이 크게 줄고 콩팥 기능 저하, 출혈 악화 가능 |
| ④ 이뇨기 | 발병 10일 전후 | 소변이 하루 3~6L로 급증, 탈수·전해질 이상 주의 |
| ⑤ 회복기 | 수주~수개월 | 점차 회복되나 피로감·빈혈이 남을 수 있음 |
가장 조심해야 할 때는 열이 떨어진 직후의 저혈압기와 핍뇨기입니다. 질병관리청은 사망 환자의 절반가량이 핍뇨기에 발생한다고 설명합니다. "열 내렸으니 다 나았다"며 집에서 버티다가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고혈압·당뇨·신장 질환을 앓고 계신 어르신은 혈압 변화와 콩팥 기능 저하에 더 취약할 수 있으니 의심 증상이 있으면 바로 병원을 찾으셔야 합니다.
치료 — 특효약은 없지만 '빨리 입원'이 생명을 지킵니다
아직 원인 바이러스를 직접 없애는 치료제는 없습니다. 대신 단계별로 수액과 전해질을 조절하고, 혈압을 유지하며, 필요하면 투석까지 하는 대증치료가 원칙입니다. 그래서 조기 진단과 입원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1960년대 이전에는 사망률이 5~15%에 달했지만, 지금은 치료 기술이 발달해 5% 미만으로 낮아졌습니다. 한 번 앓고 나면 항체가 수십 년 유지되어 재발은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6년 10월부터 바뀐 예방접종 — 3회에서 4회로
신증후군출혈열은 가을철 3대 발열성 질환 가운데 유일하게 예방백신이 있는 병입니다. 그런데 올해부터 접종 일정이 바뀌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2026년 6월 17일)를 거쳐 4회 접종의 장기 면역 연구 결과와 식약처 허가사항을 종합 검토했고, 2026년 10월 1일부터 접종 실시기준을 개정했습니다.
| 구분 | 접종 일정 |
|---|---|
| 기존(~2026.9.30.) | 1개월 간격 2회 접종 → 2차 접종 12개월 뒤 3차 (총 3회) |
| 변경(2026.10.1.~) | 1개월 간격 3회 접종 → 3차 접종 11개월 뒤 4차 (총 4회) |
접종 간격이 일정보다 늦어졌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맞을 필요 없이 남은 횟수만 접종하면 됩니다. 접종 권장 대상은 모든 사람이 아니라 군인·농업인처럼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사람, 쥐를 다루는 실험실 종사자, 야외 활동이 잦은 사람입니다. 농사를 짓거나 텃밭·산행을 자주 하시는 어르신이라면 가까운 보건소나 병원에서 접종 필요성을 상담해 보세요. 유행이 본격화되기 전에 맞는 것이 좋지만, 기초접종을 시작해 두면 다음 시즌에도 도움이 됩니다.
가을철 3대 발열 질환, 이렇게 다릅니다
| 질환 | 원인·전파 | 특징 | 백신 |
|---|---|---|---|
| 신증후군출혈열 | 한타바이러스, 들쥐 배설물 먼지 흡입 | 고열·요통·콩팥 기능 이상 | 있음 |
| 쯔쯔가무시증 | 세균, 털진드기 유충에 물림 | 물린 자리에 검은 딱지(가피) | 없음 |
| 렙토스피라증 | 세균, 쥐 오줌에 오염된 물·흙 접촉 | 고열·근육통·황달 가능 | 없음 |
생활 속 예방수칙 7가지
- 풀밭에 옷을 벗어 두거나 맨바닥에 눕지 않기 — 쉬거나 새참을 먹을 땐 반드시 돗자리를 펴세요.
- 사용한 돗자리는 씻어서 햇볕에 말리기 — 그대로 접어 두면 다음에 다시 노출됩니다.
- 풀밭에서 용변 보지 않기 — 피부가 맨땅·풀에 닿는 상황을 피하세요.
- 긴 옷·장화·장갑 착용 — 밭일이나 벌초 때는 팔다리를 가리는 옷을 입으세요.
- 귀가 후 바로 샤워하고 작업복은 따로 세탁하세요.
- 창고·헛간 청소 시 마스크 착용 — 쥐 배설물을 빗자루로 쓸면 먼지가 날립니다. 소독제나 락스 희석액을 먼저 뿌려 적신 뒤 걸레로 닦아내세요.
- 들일 후 2~3주 안에 고열이 나면 즉시 진료 — 야외 활동 사실을 꼭 알리세요.

한눈에 정리
신증후군출혈열은 들쥐 배설물이 마른 먼지를 들이마셔 생기는 가을철 감염병으로, 10~12월에 집중됩니다. 2~3주 잠복기 뒤 갑작스러운 고열, 두통, 허리 통증이 나타나며, 열이 내린 뒤 오히려 혈압 저하와 콩팥 기능 저하가 올 수 있어 조기 입원 치료가 중요합니다. 백신이 있는 유일한 가을철 발열 질환이고, 2026년 10월 1일부터는 총 4회 접종으로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올가을 들일과 성묘 길에는 돗자리와 긴 옷, 그리고 '2~3주 뒤 고열'이라는 신호를 꼭 기억해 두세요.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신증후군출혈열(한타바이러스감염증)' 자료와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의 실시기준 및 방법」 개정 안내(2026.10.1. 시행, 대한병원협회 공지)를 참고해 정리했습니다. 개인의 접종 여부와 치료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