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뭐예요?" "전업자녀입니다." 요즘 유튜브와 SNS에서 이렇게 자신을 소개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최근 시사IN의 '요즘 유튜브' 칼럼은 '집에 취직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전업자녀 브이로그 열풍을 소개하며 "전업자녀 다음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전업주부'는 익숙한데 '전업자녀'는 처음 들어 본 분들도 많을 겁니다. 오늘은 전업자녀의 뜻과 중국에서 시작된 유래, 캥거루족·니트족과의 차이, 그리고 이 말이 생겨난 사회적 배경까지 쉽게 풀어 드립니다.

전업자녀 뜻 — 집안일을 '직업'으로 삼은 자녀
전업자녀는 직장에 다니는 대신 부모 집에서 청소·빨래·요리·장보기 같은 집안일이나 가족 돌봄을 전담하고, 그 대가로 부모에게 생활비나 용돈, 때로는 '월급'을 받는 성인 자녀를 가리키는 신조어입니다.
'백수'나 '무직'이 일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면, 전업자녀는 집에서 맡은 역할을 앞세운 말이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스스로를 '집에 취직한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유래 — 중국의 '취안즈얼뉘(全职儿女)'
전업자녀는 중국에서 건너온 말입니다. 중국어로는 취안즈얼뉘(全职儿女)라고 하며, 한자로는 全職兒女입니다.
- 全(온전할 전): 온전히, 전부
- 職(직분 직): 직업, 맡은 일
- 兒(아이 아): 아들, 자식
- 女(여자 녀): 딸
중국어 '全职(취안즈)'는 영어의 풀타임(full-time)처럼 '전일제로, 온전히 그 일만 하는'이라는 뜻입니다. 즉 취안즈얼뉘는 '풀타임 아들딸', 자식 노릇을 본업으로 삼는 자녀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말로 옮길 때는 익숙한 '전업주부(專業主婦)'의 '전업'에 빗대 '전업자녀'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이 말은 2022년 말 중국 SNS에 등장한 뒤, 2023년 6월 중국의 16~24세 도시 청년 실업률이 21.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널리 퍼졌습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부모 집으로 돌아가 살림을 맡는 청년들이 스스로를 이렇게 부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처지의 청년들이 늘면서 한국식 신조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의 전업자녀는 어떻게 살까?
언론 보도에 소개된 한국 전업자녀들의 하루는 생각보다 규칙적입니다.
- 출근하는 부모님을 배웅한 뒤 오전에 청소와 빨래를 끝냅니다.
- 낮에는 공무원 시험이나 취업 준비,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합니다.
- 택배 받기, 생필품 주문, 반려견 산책, 조부모 돌봄 같은 잡무도 맡습니다.
- 저녁에는 장을 봐서 가족의 밥상을 차리고 설거지까지 마무리합니다.
한 달에 50만 원 안팎의 용돈이나 '월급'을 받으며 살림을 도맡는다는 사례가 여러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유튜브에는 이런 일상을 담은 전업자녀 브이로그가 꾸준히 올라오는데, "엘리트 전업자녀가 되려면 일과표를 만들어 실천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캥거루족·니트족과는 뭐가 다를까?
- 캥거루족: 성인이 되어서도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기대어 사는 자녀. 어미 배 주머니 속 캥거루 새끼에 빗댄 말로, '의존'에 초점이 있습니다.
- 니트족(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약자로, 일도 하지 않고 학교나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청년을 뜻합니다. '활동하지 않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 탕핑족(躺平族): '평평하게 드러눕는다'는 뜻의 중국 신조어로, 치열한 경쟁을 포기하고 최소한으로만 살겠다는 태도를 말합니다.
- 전업자녀: 부모와 함께 살며 경제적으로 기댄다는 점은 캥거루족과 비슷하지만, 집안일과 돌봄을 적극적으로 맡아 가족 안에서 제 몫을 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일종의 '공생 관계'로 보기도 합니다.

왜 전업자녀가 늘어날까? — 말 속에 담긴 현실
1. 좁아진 취업문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올해 5월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25개월 연속 하락해 43.8%까지 떨어졌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청년이 첫 일자리를 얻기까지는 평균 11.3개월이 걸리고, 1년 이상 걸린다는 응답도 30%를 넘었습니다.
2. 높아진 독립의 벽
치솟은 전·월세와 생활비는 청년들의 독립을 더 어렵게 만듭니다. 국무조정실의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서는 만 19~34세 청년의 54.4%가 부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 달라진 가족의 모습
맞벌이 부모가 늘면서 집에 있는 자녀가 자연스럽게 살림을 맡게 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업자녀를 취업난·주거난에 가족이 함께 대응하는 '가족 단위의 생존 전략'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부모 세대가 쌓아 둔 자산으로 자녀를 지원하고, 자녀는 집안일로 보답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구조입니다.
긍정적인 시선과 우려의 시선
긍정적으로 보는 쪽
- '무직'이라는 자괴감 대신 가족 안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자존감을 지킬 수 있습니다.
- 맞벌이 부모의 가사 부담을 덜고, 조부모 돌봄 같은 가족의 빈자리를 채웁니다.
- 취업 준비나 재충전을 위한 '쉼표'가 될 수 있습니다.
우려하는 쪽
- 경력 공백이 길어질수록 다시 일터로 돌아가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 자녀를 부양하느라 부모의 노후 준비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 일본에서는 은둔하던 자녀가 중년이 될 때까지 고령의 부모에게 기대어 사는 이른바 '8050 문제'(80대 부모가 50대 자녀를 부양)가 사회 문제가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남의 일이 아니라고 경고합니다.

전업자녀, 이렇게 하면 '건강한 공생'이 됩니다
- 역할과 용돈을 분명히: 맡을 집안일의 범위와 용돈을 가족이 함께 정해 두면 서로 서운할 일이 줄어듭니다.
- 기한과 목표 정하기: '언제까지, 무엇을 준비한다'는 목표를 함께 세우면 쉼표가 마침표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 부모 노후 자금은 지키기: 자녀 지원은 부모의 노후 생활비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 청년 지원 제도 활용: 고용노동부의 국민취업지원제도, 구직을 오래 쉰 청년을 돕는 청년도전지원사업 등 공공 지원 프로그램을 알아보세요. 거주 지역 청년센터에서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업자녀 활용 예문
-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와 요즘은 전업자녀로 지내고 있어요."
- "그는 스스로를 '집에 취직한 전업자녀'라고 소개했다."
- "취업난과 주거난이 겹치면서 전업자녀를 자처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한눈에 정리
- 전업자녀: 직장 대신 부모 집에서 집안일·가족 돌봄을 전담하고 용돈이나 월급을 받는 성인 자녀
- 유래: 중국어 '취안즈얼뉘(全职儿女·풀타임 아들딸)', 2023년 중국 청년 실업률 급등과 함께 확산
- 차이점: 캥거루족·니트족과 달리 집안일을 적극적으로 맡아 '역할'을 강조
- 배경: 청년 고용률 하락, 높은 주거비, 맞벌이 가정 증가
- 과제: 경력 공백과 부모 노후 부담, 일본 '8050 문제' 같은 장기화 위험
88만원 세대, N포 세대, 그리고 전업자녀까지. 청년을 부르는 이름은 계속 바뀌어 왔습니다. 이름은 가볍게 유행하지만, 그 안에는 일자리와 집, 가족을 둘러싼 무거운 현실이 담겨 있습니다. 전업자녀라는 말을 들으면 한 번쯤 그 뒤에 놓인 사정도 함께 떠올려 보면 좋겠습니다.
※ 시사IN·머니투데이·조선일보·세계일보 등 언론 보도를 참고해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