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아침,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담화가 전해지면서 낯선 표현 하나가 화제가 됐습니다. 우리 군이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를 북한군 지뢰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발표하자, 김 부장이 이를 "서울의 자작광대극"이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자작극'은 뉴스에서 종종 듣는 말이지만 정확한 뜻과 한자를 물으면 선뜻 답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광대극'까지 붙으니 더 궁금해지죠. 오늘은 자작극의 뜻과 한자 풀이, '자작광대극'이라는 표현의 의미, 그리고 이번 담화에 함께 등장한 언어도단·방불·후과 같은 어려운 단어까지 한 번에 풀어 드립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 DMZ 지뢰 폭발 사고와 김여정 담화
- 사고: 9월 21일 서부전선 육군 25사단 관할 DMZ에서 새 수색로를 개척하던 중 두 차례 폭발이 일어나 수색대대장 등 간부 3명이 다쳤습니다.
- 우리 군 조사: 우리 군과 유엔군사령부는 29일 합동 현장조사에서 북한군의 플라스틱 반보병지뢰 1발을 추가로 발견했고, 폭발 지점이 군사분계선 남쪽이라는 점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이 명백하다"며 상응하는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 북한 반응: 김여정 부장은 30일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 '도발의 장본인들은 자작광대극의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에서 이번 사고를 "10여 년 전 '목함지뢰 사건'을 방불케 하는 명백한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부인했습니다.
자작극(自作劇) 뜻 — 스스로 짓고 스스로 연기한 연극
한자 풀이
- 自(스스로 자): 스스로, 자기
- 作(지을 작): 짓다, 만들다
- 劇(연극 극): 연극, 극
글자 그대로 풀면 '스스로 지은 연극'입니다. 국어사전에서는 자작극을 두 가지 뜻으로 풀이합니다.
- 자기가 지은 각본을 자기가 직접 무대에 올린 연극 — 원래의 문자 그대로의 뜻입니다.
- 남을 속이려고 자기가 꾸며서 벌인 일 — 오늘날 뉴스에서 쓰이는 뜻은 거의 대부분 이쪽입니다.
즉 자작극이라고 말하면 "어떤 사건이 저절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누군가 목적을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꾸며 낸 일"이라는 강한 의심이나 비난이 담깁니다.

뉴스에서 자주 보는 쓰임
- 강도 자작극: 돈을 잃어버렸거나 써 버린 사실을 숨기려고 강도를 당한 것처럼 꾸며 신고하는 경우
- 납치 자작극: 가족에게 돈을 받아 내려고 스스로 납치된 것처럼 꾸미는 경우
- 보험 자작극: 보험금을 타 내려고 사고나 도난을 일부러 꾸미는 경우
이처럼 자작극은 사건의 '피해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사실은 사건을 꾸민 장본인이라는 반전을 담고 있는 말입니다. 그래서 수사 결과 자작극으로 드러나면 허위 신고나 사기 등으로 처벌받기도 합니다.
'자작광대극'은 무슨 뜻일까?
'자작광대극'은 사전에 올라 있는 단어가 아니라, 자작극에 광대극을 합친 표현입니다. '광대'는 원래 탈춤·줄타기·판소리 같은 전통 연희를 하던 사람을 가리키지만, 비유적으로는 남을 웃기려고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는 사람을 뜻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연극을 뜻하는 '극'이 붙으면 '우스꽝스러운 연극', '어설픈 쇼'라는 조롱의 뉘앙스가 생깁니다.
결국 '자작광대극'은 "스스로 꾸며 낸, 그것도 우스꽝스럽고 어설픈 연극"이라는 뜻으로, 상대의 발표를 깎아내리기 위해 비난의 강도를 한층 높인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매체는 상대를 비난할 때 '모략극', '날조극', '광대극'처럼 '극(劇)' 자를 붙인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자작극과 비슷한 말, 영어 표현
- 조작(造作): 어떤 일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만듦
- 날조(捏造): 없는 사실을 거짓으로 꾸밈
- 모략(謀略): 남을 해치려고 속임수를 써서 일을 꾸밈
- 짜고 치는 고스톱: 미리 결과를 정해 놓고 하는 일을 빗댄 관용 표현
- 영어: staged incident(연출된 사건), hoax(꾸며 낸 거짓 사건), put-up job(짜고 한 일), false flag(상대의 소행처럼 꾸민 위장 공작)

담화 속 어려운 단어 풀이
언어도단(言語道斷)
김 부장은 담화에서 우리 측 태도를 "황당함과 언어도단의 극치"라고 표현했습니다. 언어도단은 言(말씀 언)·語(말씀 어)·道(길 도)·斷(끊을 단)으로, '말할 길이 끊어졌다'는 뜻입니다. 오늘날에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음을 가리킬 때 씁니다.
이 말은 원래 불교에서 나왔습니다. 불교에서는 깊고 오묘한 진리는 말이나 글로 다 설명할 수 없다는 뜻으로 썼고, 불교 경전의 '언어도단 심행처멸(言語道斷 心行處滅)', 즉 '말의 길이 끊어지고 마음이 가는 곳이 사라진다'는 구절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본래는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경지를 뜻했는데, 세월이 흐르며 '말도 안 될 만큼 어처구니없다'는 부정적인 뜻으로 더 많이 쓰이게 됐습니다.
방불(彷彿)케 하다
'목함지뢰 사건을 방불케 하는'이라는 표현에 쓰인 방불은 거의 비슷하다, 무엇을 떠올리게 할 만큼 닮았다는 뜻입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현장",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처럼 씁니다.
후과(後果)
담화 말미의 "모든 후과의 책임은 전적으로 도발을 기획한 당사자들이 지게 될 것"이라는 문장에 나온 후과는 뒤에 나타나는 좋지 못한 결과를 뜻합니다. 우리 일상에서는 잘 쓰지 않지만 북한 매체의 경고성 담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목함지뢰 사건
김 부장이 언급한 목함지뢰 사건은 2015년 8월 4일 경기도 파주 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나무 상자 모양의 목함지뢰가 터져 우리 군 부사관 2명이 크게 다친 사건입니다. 당시에도 북한은 책임을 부인했고, 이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북한의 포격 도발로 긴장이 높아졌다가 8월 25일 남북 고위급 합의로 일단락됐습니다.

자작극 활용 예문
- "경찰 조사 결과 강도를 당했다던 신고는 빚을 숨기려던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 "양측은 서로 상대방의 주장이 자작극이라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섰다."
- "충분한 증거도 없이 모든 사건을 자작극으로 몰아가는 것은 위험하다."
- "그런 변명은 정말 언어도단이라 할 말을 잃었다."
한눈에 정리
- 자작극(自作劇): ① 자기가 지은 각본을 스스로 상연한 연극 ② 남을 속이려고 자기가 꾸며서 벌인 일
- 자작광대극: 자작극 + 광대극, '스스로 꾸민 우스꽝스러운 연극'이라는 조롱 섞인 비난 표현
- 언어도단(言語道斷): 말할 길이 끊어짐 → 너무 어이없어 말로 표현할 수 없음 (불교에서 유래)
- 방불(彷彿): 거의 비슷함, 후과(後果): 뒤에 나타나는 좋지 못한 결과
- 최근 뉴스: 2026년 9월 30일 김여정 담화에서 DMZ 지뢰 폭발 사고를 "서울의 자작광대극"이라고 주장
뉴스 속 단어 하나에도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앞으로 '자작극'이나 '후과' 같은 말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 단어가 어떤 뉘앙스로 쓰였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보시면 뉴스를 훨씬 깊이 읽을 수 있을 거예요.
※ 2026년 9월 30일 경향신문·뉴스1·중앙일보 등 언론 보도를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