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창구 업무를 보려면 '오전 9시에 문 열자마자 가야 덜 기다린다'는 말, 많이 들어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내년 봄부터는 이 공식이 바뀝니다. 은행 점포가 오전 9시가 아닌 9시 30분에 문을 여는 방안에 금융권 노사가 잠정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은행 영업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언제부터, 무엇이 달라지는지, 영업시간 말고 어떤 내용이 합의됐는지, 그리고 은행을 자주 이용하는 분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한눈에 정리해 드립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 금융노사 산별교섭 잠정 타결
9월 28일, 은행과 금융 유관기관 노조로 구성된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사용자 측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금사협)는 '2026년 산별 중앙교섭 임금 및 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4월 13일 첫 교섭을 시작한 지 약 5개월 만입니다.
은행권은 개별 은행이 따로 협상하는 대신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가 한꺼번에 교섭하는 산별 교섭 방식으로 임금과 근로조건을 정합니다. 그래서 이번 합의가 확정되면 주요 시중은행 영업점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핵심 ① 은행 영업시간 9:30~16:00으로 변경
- 시행 시기: 내년(2027년) 4월부터
- 개점 시간: 오전 9시 → 오전 9시 30분
- 마감 시간: 오후 4시 그대로 유지
- 하루 창구 영업시간: 7시간 → 6시간 30분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각 지부 위원장들에게 "건국 이래 최초의 은행 영업시간 30분 단축"이라며 노동시간 단축과 일·생활 균형을 위한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습니다. 금융노조는 그동안 직원들이 개점 전부터 출근해 영업 준비를 하는 만큼, 실제 근무시간과 고객 응대 시간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고 요구해 왔습니다.
사용자 측도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실노동시간 단축 취지와 금융산업 특성, 금융소비자 이용 편의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현행 주 5일 근무체계 안에서 근무·영업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핵심 ② 영업시간 외에 합의된 내용
- 총액임금 3.0% 인상: 청년 신규 채용 등에 쓰일 약 1,000억 원 안팎의 사측 재원도 포함됐습니다.
- 자율출근제 신설: 일·생활 균형을 위해 주 1시간 범위에서 출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 금요일 '라스트콜(고객마감제도)' 신설: 금요일 영업 마감과 관련한 고객 마감 제도를 새로 만들고, 이에 따른 보상휴가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 미스터리 쇼핑 개선: 미스터리 쇼핑은 평가자가 손님으로 가장해 직원의 응대를 점검하는 제도로, 직원들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많았던 부분입니다.
- 육아 지원 확대: 육아휴직 대상 자녀를 초등학교 6학년까지 넓히고,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직원의 근무시간 조정제도도 연장합니다.
한편 금융노조가 강하게 요구해 온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지방 이전 계획 철회는 이번 합의안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금융노조는 이 문제 등을 내걸고 9월 4일 총파업을 벌였는데, 이번 잠정 타결로 9월 30일로 예고했던 2차 총파업은 취소됐습니다.
과거에도 있었다 — 코로나 시기 1시간 단축
은행 영업시간이 달라진 적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1년 7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은행권은 방역을 이유로 노사 합의에 따라 영업시간을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1시간 줄여 운영했습니다. 이후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지금의 오전 9시~오후 4시 체제로 돌아왔습니다.
당시에는 감염병이라는 특수한 상황이었다면, 이번에는 노동시간 단축과 근무환경 개선을 이유로 한 첫 영업시간 조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다릅니다.

아직 확정은 아니다 — 남은 절차
- 대표자회의 추인: 금융노조는 9월 29일 43개 지부 대표가 참여하는 대표자회의를 열어 잠정 합의안을 확정하는 절차를 밟습니다. 사용자 측도 대표자 회의를 거칩니다.
- 최종 서명: 이후 금융노조 위원장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회장(은행연합회장)이 최종 합의안에 서명할 예정입니다.
- 은행별 세부 협의: 개별 은행에 대한 구속력과 자율 적용 여부 등은 후속 협의에서 구체화되며, 지부별 협의는 11월 초부터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따라서 은행마다 적용 방식이나 일부 특화 점포 운영 시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거래 은행의 공지를 꼭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달라지는 점
창구 영업시간이 30분 줄어드는 만큼, 특히 이른 아침에 은행 업무를 보던 분들은 생활 패턴을 조금 바꿔야 할 수 있습니다. 출근 전 잠깐 들러 업무를 보던 직장인, 아침 일찍 은행을 찾는 어르신, 개점 직후 입출금이 필요한 자영업자에게는 체감이 클 수 있습니다.
반면 은행 거래의 상당 부분이 이미 모바일 뱅킹과 인터넷 뱅킹, ATM으로 옮겨 간 만큼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다만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는 창구 이용 시간이 줄어드는 것 자체가 불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들이 어떤 보완책을 내놓을지도 관심사입니다.

미리 알아 두면 좋은 준비 팁
- 창구 방문은 9시 30분 이후로: 내년 4월부터는 개점 직후 대기 인원이 몰릴 수 있으니, 오전 10시 이후나 점심 이후 한가한 시간대를 노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 모바일·인터넷 뱅킹 익혀 두기: 이체, 조회, 예적금 가입 등 상당수 업무는 앱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어르신이라면 가족과 함께 미리 설치하고 사용법을 연습해 두면 좋습니다.
- ATM 활용: 현금 입출금과 간단한 이체는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ATM에서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영업시간 외 수수료가 있는지 확인하세요.
- 방문 예약 서비스 확인: 일부 은행은 앱으로 창구 방문 시간을 예약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니, 대출 상담 등 오래 걸리는 업무라면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 금요일 마감 시간 공지 확인: 새로 생기는 금요일 라스트콜 제도의 세부 내용이 정해지면, 금요일 오후 늦게 은행을 찾을 때 미리 확인하세요.
한눈에 정리
- 무엇이: 은행 점포 개점 시간 오전 9시 → 9시 30분 (마감 오후 4시 유지)
- 언제부터: 2027년 4월부터 (노사 최종 추인 후 확정)
- 함께 합의된 것: 임금 3.0% 인상, 자율출근제, 금요일 라스트콜 신설, 미스터리 쇼핑 개선, 육아휴직 대상 초6까지 확대
- 빠진 것: 국책은행 지방 이전 철회 요구
- 의미: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첫 은행 영업시간 단축
은행 영업시간은 많은 사람의 일상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최종 확정 과정과 은행별 적용 방식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 2026년 9월 28일 경향신문·머니투데이 등 언론 보도를 기준으로 정리했으며, 최종 합의 과정에서 세부 내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