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인공제조, 정말 불가능할까? 금을 만들지 못하는 과학적 이유와 비밀
금은 인류 역사에서 오랫동안 가장 가치 있고 신비로운 금속 중 하나로 여겨져 왔다. 화려한 빛깔과 변색되지 않는 성질 때문에 오래전부터 부와 권력의 상징이 되어 왔으며, 귀금속을 대표하는 상징적 지위를 누려왔다. 그렇다면 왜 인류는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금을 만들고자 하는 수많은 시도를 해 왔으면서도, 아직까지 자연적으로 산출되는 방식 외에 대량으로 금을 “만들어내지” 못했을까. 이번 블로그 글에서는 금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떤 이유로 금을 인공적으로 생산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또는 거의 불가능)하게 여겨지는지 자세히 살펴보겠다.
1. 금이란 무엇인가
금(Au)은 원자번호 79번에 해당하는 화학 원소이다. 금은 우아한 황금빛 광택뿐 아니라 화학적으로도 안정적인 성질을 갖고 있어, 쉽게 부식하거나 산화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고대부터 현재까지 화폐, 장신구, 예술품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어 왔다.
과학자들은 금이 형성되는 근원적 과정을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현재까지 받아들여지는 이론에 따르면, 금은 우주적 규모의 거대한 에너지가 발생하는 현상 — 예를 들어 초신성 폭발 또는 중성자별 합체(충돌) 등과 같은 극단적인 우주 이벤트 — 에서 만들어진다. 우주에서 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가 동원되며, 지구에서는 이를 재현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이처럼 금이 만들어지는 환경 자체가 극도로 한정적인 덕분에, 금이 그만큼 희귀하고 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2. 역사 속에서 금 제조를 꿈꾸다: 연금술의 시대
중세 시기, 연금술사(alchemist)들은 납(Pb)과 같은 흔한 금속을 화학적 또는 신비적 수단을 통해 금으로 바꾸려 했다. 이들은 ‘현자의 돌’, ‘마법의 가루’ 등 다양한 매개체를 찾으면서 실험과 연구를 거듭했으나, 근본적으로 원소(元素) 자체를 바꾸는 것은 그 시대의 과학수준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실제로 연금술사의 시도는 오늘날의 화학과 같은 과학적 방법론의 기초를 다지는 데 어느 정도 이바지했지만, “특정 금속을 다른 금속으로 바꾸는” 목표 자체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왜냐하면 단순히 물리적·화학적 반응을 거친다고 해서 원자의 핵(原子核) 구성이 바뀌지는 않기 때문이다. 금(Au)이 되려면 원자번호가 79가 되어야 하고, 이는 곧 원자핵 내 프로톤 수가 79개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3. 금을 만들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핵반응의 영역
현대 과학은 원자를 구성하는 양성자(프로톤)와 중성자(뉴트론)의 숫자를 직접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 즉 핵반응 기술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핵분열 발전소나 핵융합 연구, 입자가속기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기술인데, 실제로 가능하다면 다른 원소를 금으로 변환하는 “핵변환(Transmutation)”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핵반응을 이용해 정말 금을 만들 수는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현재 기술과 비용 측면에서 전혀 현실성이 없다.” 실제로 과거에 입자가속기를 이용해 수은(Hg)이나 백금(Pt) 같은 금과 가깝다고 여겨지는 원소에 중성자나 다른 입자를 충돌시켜 일부분을 금으로 변환시켰다는 실험적 성공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이때 소요되는 비용과 에너지는 우리가 금광에서 금을 채굴하는 비용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으며, 그 결과 얻어지는 금의 양은 극도로 적어 상업적 가치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4. 자연에서 형성되는 금: 대량의 에너지와 극한 환경
금이 만들어지려면 원자핵 내 양성자 수가 79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 과정을 우주적 스케일에서 보면, 별 내부에서 핵융합 반응이 진행되다가 매우 무거운 원소가 생기고, 별이 폭발(초신성 폭발)하거나 중성자별이 합체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되면서 금 원자가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지구에서 재현하기 위해서는 초신성 폭발급의 엄청난 에너지를 일으켜야 하는데, 현재 인류가 보유한 기술은 그와 같은 스케일의 에너지를 만들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더 나아가, 그렇게 극도로 폭발적인 환경을 실험실에서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안전 문제와 막대한 자원의 소모 등을 고려할 때 실제로 이득을 볼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극소량의 금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차라리 지하에서 금광을 찾는 편이 훨씬 싸고 효율적인 것이다.
5. 금 인공생산의 현실적 한계
핵변환에 필요한 입자가속기나 원자로에 적절한 입자를 충돌시키는 장치는 엄청나게 비싸고, 유지비도 매우 높다. 또한 핵반응 과정에서 방사능 물질이 생성될 수 있어 안전 관리 비용도 막대하다. 이렇게 투자되는 비용을 모두 감안하면, 설령 나노그램(nanogram)이나 피코그램(picogram) 단위로 금을 만들어낸다 해도 이를 팔아 이윤을 남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다.
결국, “만들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론적으로는 만들 수 있다”일 수도 있지만, 실제 현실에서 “대량으로 상용화할 수 있느냐”라는 관점에서는 “못한다” 혹은 “의미가 없다”가 된다. 이는 마치 우리가 알루미늄 캔을 사용하기 위해 굳이 별을 폭발시킬 필요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6. 왜 이런 이야기가 계속 나올까
금 제조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이어져 오고 있다. 금값이 상승할 때마다 누군가는 핵변환 기술이나 혁신적인 화학적 방법으로 금을 대량 생산하겠다는 이야기를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과학적·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이런 시도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오히려 금 채굴 기술을 개선하고, 재활용 시스템을 효율화하여 쓰레기나 전자 폐기물에서 금을 추출하는 편이 경제적으로 훨씬 더 실효성이 높다.
최근엔 나노기술이나 원자 단계에서 물질을 합성하는 기술(분자 조립 기술 등)이 발전하고 있지만, 원소 자체를 바꾸는 일은 간단한 화학 반응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핵물리학의 영역에 들어가야 하며, 이는 단순한 에너지가 아니라 핵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매우 정밀한 제어와 방대한 투자, 그리고 안전한 환경 등 복합적인 조건이 결합되어야만 한다.
7. 금은 어떻게 여전히 귀중한가
금은 흔치 않고, 그 가치가 역사적으로도 끊임없이 인정되어 왔다. 따라서 금은 통화(貨幣) 제도의 근간으로 사용되거나 장신구, 예술, 산업용으로도 폭넓게 쓰이고 있다. 그만큼 수요도 꾸준하다는 뜻이다. 만약 금을 쉽게 인공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었다면, 금의 희소성은 떨어질 것이고 지금과 같은 높은 가치는 유지되지 못했을 것이다.
금의 희소성은 결국 금을 대체할 만한 금속이나 재료가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우주에서 발생하는 폭발적이고 극단적인 환경에서 탄생한다는 사실이 합쳐져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금에 대한 인류의 오랜 욕망과 노력이 물리적 한계를 넘지 못하고 계속해서 멈춰선 이유이기도 하다.
결론
금(Au)을 만드는 일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지구상의 실험실에서 대량으로 금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의 초고에너지 핵반응을 구현한다는 것은 기술적, 경제적, 안전적 측면에서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우주적 이벤트로 형성된 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극단적인 조건에서 탄생하기 때문에, 이를 지상에서 재현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결국 현재로서는 자연에서 채굴하고, 재활용하는 방식이 훨씬 더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연금술사들이 꿈꿔 왔던 “인공 금”의 시대는 기술적으로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상업적·실용적이라는 관점에서는 아직 요원한 미래이다. 금은 그 희소성과 특별함을 토대로, 인류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탐구하고 욕망하는 금속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